“여기서는 도대체 어디로 드라이버 샷을 날려야 하는 걸까?” 티잉 그라운드 가운데 공식 경기를 위한 백티에 서면 풍광이 갑자기 달라진다. 레귤러 티에서는 널찍하고 편안해 보이던 페어웨이가 갑자기 3분의 1로 줄어든 것 같고 워터해저드와 벙커 등이 훨씬 더 위압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백티에서 70대 타수를 기록한다면 ‘레귤러 티 싱글’의 수준을 넘어서는 아마추어 고수라 할 수 있다.평창에서 ‘하트핑거장갑’과 올림픽 헤리티지 컬렉션 ‘2018 달항아리 에디션’을 내놓았던 스포츠·문화 전문기업 왁티(WAGTI)의 강정훈(45) 대표가 이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고 하잖아요. 골프도 마찬가지예요. 피니시가 좋다는 건 스윙을 제대로 했다는 증거예요. 좋은 피니시 자세는 무리한 스윙을 줄여주고 체중이동을 원활하게 해주죠.”이처럼 골프 스윙의 마무리 동작, 즉 피니시(finish)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전문가들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드라이버로 350야드를 때리고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보면서 ‘피니시는 정말 중요하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지난 6월 24일 막을 내린 코오롱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공동 5위를 한 최호성
“일본에서 한국 남자 선수 중 처음 자리를 잡은 김종덕 프로는 체격은 크지 않은데 굉장히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했어요. 임팩트 때 손으로만 치는 게 아니라 허리와 어깨를 잘 활용하죠. 그래서 시니어 투어까지 장수하고 있고요. 저도 김 프로의 ‘보디 턴 스윙’을 배워서 나이가 들어서도 거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어요.”재일동포 사업가인 최종태(66) 야마젠그룹 회장은 한국 선수들이 일본 투어에서 뛸 때 큰 도움을 줘 ‘일본 속의 골프 한류(韓流)를 만든 사람’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김종덕, 최경주, 양용은, 장익제 등 남
이승현(27)이 퍼팅한 공은 대부분 홀 가장자리까지 꼭 필요한 거리만 굴러가서 쏙 빨려들어간다. 짧은 거리도 그렇게 한다. 이승현은 자신의 퍼팅 스타일을 ‘물방울 퍼팅’이라고 했다. 물방울처럼 똑똑 떨어진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이미지가 또렷이 그려진다.그가 퍼팅 연습을 하면 “볼을 참 예쁘게 굴린다”며 눈여겨보는 동료가 많다. 거리 조절이 정확한 데다 스트로크가 좋아 목표 지점까지 공이 스핀이 걸린 채로 구른다. 퍼팅만큼은 세계 정상급인 박인비에게 견줄 만하다는 칭찬을 듣는다.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선정한 ‘베스트 티처 50’에 뽑힌 전현지 코치는 책 읽기를 통해 골프 실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는 “4~5시간 걸리는 한 라운드에 근육을 사용해 샷을 하는 시간은 불과 몇 분에 불과하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각을 버리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게임이 골프예요”라고 말한다. 골프는 마음의 운동이라는 이야기이다.그는 199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팬텀 오픈에서 우승하며 신인상을 받은 선수 출신이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국가대표 코치를 지
1986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테스트를 통과한 김종덕(57)은 신인 시절 320야드를 날려 ‘롱기스트’상을 받은 적이 있다. “늘 그렇게 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체격(175㎝, 65㎏)에 비해 장타를 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2년 전 지인들과 친선 라운드를 나갔다가 좌절감을 느꼈다. 아무리 힘껏 쳐도 비거리가 220야드밖에 나오지 않았다. 샷을 할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한번 아파본 사람이 건강의 소중함을 더 잘 알게 된다. 골프를 아무리 좋아해도 어딘가 불편하거나 다쳐서 코스에 나가지 못할 때
“새벽 4시에 그린 잔디를 깎기 시작하면 오전 8시에 18홀 전체가 마무리돼요. 그런데 그 사이에 이슬이 끼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꼭 이슬털이를 해줘야 해요. 잔디를 막 깎았을 때와 이슬이 맺혔을 때는 그린스피드가 60㎝ 이상 차이가 나거든요. 그리고 습도가 높을수록 그린스피드가 늦어지기 때문에 산악 지형 골프장에서는 양지와 응달 차이가 꽤 심해요. 프로들은 잔디가 역결(홀 방향 반대로 누워 있는 것)일 때는 순결일 때보다 한 바퀴 정도 더 구르게 퍼팅을 하죠.”이준희(50) 인천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 대표는 잔디 박사다. 고려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년째이던 김영은 한 대회에서 아침 일찍 도착해 연습하고 있었다. 그때 박지은이 다가오더니 “몇 시 출발이야”라고 물었다. 오후 2시라고 답하자, 놀라는 표정으로 한마디했다. “그러다 지쳐서 경기는 어떻게 하려고….”1998년 프로 데뷔한 김영(38)은 18년 동안 한국에서 5승, 미국에서 1승, 일본에서 1승씩 했다. 한·미·일 투어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했지만 노력한 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한 아쉬움도 남아 있다. 초등학교 시절 농구선수였던 그는 키 172㎝의 헌칠한 체격에 호쾌한 스윙을 지니고 있었
홀인원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걸 제대로 보여준 것은 지난해 유럽프로골프 투어의 ‘홀인원 실험’이었다. 유럽 투어에서 3승을 거둔 에두아르두 몰리나리(이탈리아)에게 145야드 길이의 파 3홀에서 500번 샷 할 기회를 주고 홀인원에 도전하게 했다. 9번 아이언을 쥘 거리였으니 행운보다는 실력으로 확률에 도전해 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몰리나리가 친 첫 샷이 홀 10㎝에 붙어 도전이 쉽게 성공할 것 같았지만 마지막 500번째 샷까지 애를 태우는 장면만 끝없이 이어졌다. 골프다이제스트 조사에 따르면 파 3홀 홀인원 확률은
“주말골퍼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많은 분들이 장타를 치고 싶다고 하세요. 딱 두 가지만 생각하시면 되죠. 어드레스 때 힘을 쭉 빼시면 발바닥에만 힘이 느껴져요. 그런 상태로 제로(0)의 힘으로 백스윙을 했다가 왼발로 호두를 밟아 깬다는 느낌으로 체중이동을 하면서 헤드 무게로만 탁 치는 겁니다.”‘레슨계의 대가’라 불리는 임진한(61) ㈜에이지슈터 대표의 설명은 알기 쉽고 머리에 잘 남는다. 이론 대신 느낌을 전달하는 게 그의 방식이다. 임 대표는 “드라이버 스윙이라 해도 2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며 “동물적인 감각으로 칠 수 있
그는 오전 경기가 있는 날이면 출발 시각 3시간 전에 일어난다.20분가량 스트레칭을 하고 팔굽혀펴기 30개를 한다. 오트밀에 견과류를 넣어서 아침을 먹고 1시간 전에 차를 몰고 골프장에 도착한다. 커피를 한잔 마시며 운전 여독을 풀고 15분가량 퍼팅을 하고 가볍게 연습 스윙을 한다. 그리고 잠시 ‘멍 때리기’를 한다. 새로 몸에 밴 습관인데 긴장을 푸는 좋은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첫 티샷은 항상 공을 칠 목표에만 집중한다. 집중 또 집중! 그리고 굿샷~.정일미(46)는 ‘스마일 퀸’이란 별명으로 KLPGA 투어에서 8승을 거두던
“오늘 참 이상하네. 7번으로 140m는 나가는데, 왜 이렇게 거리가 안 맞는 거지….”아이언 샷을 제대로 잘한 것 같은데도 거리가 짧으면 주말 골퍼들은 대개 이렇게 푸념한다. 평소 거리를 기준으로 클럽을 선택했는데 ‘오늘 참 이상하게’ 짧게 간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김지현(27·한화큐셀)은 지난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아이언을 가장 잘 치는 선수로 꼽혔다. 드로(draw·왼쪽으로 살짝 휘는 샷) 구질인데도 탄도가 높고 스핀 양도 많아 단단한 그린에서도 공을 잘 세운다. 아이언 샷의 정확도를 따져볼 수 있는 그
최근 끝난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김시우(23) 프로가 출전했다. 현장에서 그에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드라이버 샷의 중요성’이었다.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경기를 지켜볼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마스터스에 두 번 출전해 지난해 컷탈락하고, 올해 공동 24위(합계 1언더파)를 한 김시우는 이렇게 설명했다.“마스터스는 그린이 워낙 빠르고 까다로워서 퍼팅을 잘해야 한다고 하는데 맞아요. 그런데 퍼팅을 잘하기 위해서는 아이언 샷으로 정확하게 핀이 꽂혀 있는 주변에 공을 보내야 해요. 경사가 심한 데다 읽기 어려운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를 중계하는 TV 화면에 그가 나오면 ‘이번엔 어떤 샷을 할까’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그때마다 실망시키지 않고 엄청난 장타를 뿜어내거나 공이 크게 휘면서 그린을 찾아가는 묘기 샷들을 감상하게 된다. 어릴 적 솔방울을 치며 독학으로 골프를 익힌 왼손잡이 장타자 버바 왓슨(40) 이야기이다. 그는 191㎝, 82㎏의 거구에 마음만 먹으면 350야드를 넘기는 장타를 치지만 오버 스윙에 엉거주춤한 피니시 자세까지 교과서에 나오는 것과는 정반대로 골프를 한다.그는 엉성한 스윙을 갖고 있지만 상상력이 없다면 불가
“스윙 참 좋네. 그렇게만 쳐.”주말 골퍼들 라운드는 이렇게 동반자의 빈 스윙을 칭찬하는 덕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까 빈 스윙 때는 그렇게 부드럽더니~ 힘이 잔뜩 들어갔잖아” 하는 안타까운 탄식이 쏟아진다. 미국 프로골퍼 데이브 마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모든 골퍼는 두 개의 스윙을 갖고 있다. 아름다운 연습 스윙과 공을 칠 때의 엉터리 스윙이 있다. 연습 스윙만 보고 그의 진짜 스윙을 판단할 수 없다.”주말 골퍼들 사이에선 빈 스윙 대신 ‘가라 스윙’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체 불명의 표현이다. ‘가라
“스윙 리듬이 너무 빨라요. 템포를 좀 천천히 해서 치세요.” “템포를 부드럽게 해서 쳐보세요.”골프연습장에서 레슨을 하는 세미 프로와 주말 골퍼들 대화를 듣다 보면 리듬과 템포라는 음악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리듬과 템포라는 말을 두루뭉술하게 혼동해서 쓰는 경우를 자주 본다. “스윙 리듬이 너무 빠르다”고 하는 건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스윙 ß템포가 빠르다고 해야 맞다. 골프 스윙이 가져야 할 최고의 미덕은 아름다움이 아니다. 일관성이다. 반복해서 정확하게 치는 것이다. 짐 퓨릭이나 박인비의 스윙은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
페어웨이가 개미허리 같은 골프장에서 티 박스에 설 때마다 이런 주문을 외는 골퍼를 보았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얼마나 불안하면 이럴까 싶었지만, 그는 이 한마디로 OB가 날 땐 나더라도 자신감 있게 치게 된다고 했다. 골프는 매 순간 바뀌는 운동이다. 세계 정상급 프로골퍼들도 첫 라운드에는 60대 타수를 치고, 다음 날은 80대 타수를 치기도 한다. 전반에 이븐파를 치고 환호했다가, 후반에 50타를 치고 절망하는 주말 골퍼를 적지 않게 보게 된다.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고 실수를 줄여주는 조언이
TV 화면이 그린 위 미셸 위(29)를 비출 때마다 ‘이번엔 어떤 식으로 퍼팅을 할까’ 하는 호기심을 갖고 보게 된다.미셸 위만큼 빈번하고도 파격적으로 퍼팅 자세를 바꾸는 프로골퍼가 달리 없기 때문이다. 상체를 ‘ㄱ’ 자(字)처럼 90도로 구부리는 자세, 잭 니클라우스처럼 스탠스를 아주 좁히는 자세, 지금의 정상에 가까운 자세까지 미셸 위는 지난 5년간 상상을 뛰어넘는 변신을 거듭했다. 그립도 왼손이 아래로 내려가는 크로스 핸디드 그립과 집게 그립, 양손을 마주 잡는 그립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그린을 읽을 땐 스파이더맨처럼 몸을 엎
퀴즈 하나. 보통 남자 프로골퍼는 1.8초, 여자 프로골퍼는 2초 정도 걸린다. 많은 골퍼들이 이것을 골프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무엇일까.정답은 샷. 2초는 한 번의 샷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보기플레이로 90타를 쳤다면 샷을 한 시간은 딱 3분인 셈이다. 2초라는 이 짧은 시간에 백스윙과 다운스윙을 거쳐 피니시 동작까지 몸과 클럽이 순서대로 질서 있게 움직여야 한다. 힘껏 멀리 치고 싶은 욕심에 공을 향해 달려들려는 본능과, 바쁘더라도 차근차근 순서를 지켜야 제대로 칠 수 있다는 이성이 샷을 할 때마다 대결을 벌인다.주말 골
몇 해 전 마스터스에서 미국의 골프스타 조던 스피스를 지켜보다 애니메이션 ‘쿵푸팬더’를 떠올렸다.쿵푸팬더는 어수룩한 겉모습과 달리 무서운 실력을 지닌 고수다. 스피스는 체격(185㎝ 84㎏)이 타이거 우즈와 거의 똑같다. 하지만 파워 히터가 아닌 데다 주말 골퍼처럼 왼쪽 팔이 구부러지는 ‘닭날개(치킨윙) 스윙’을 한다는 지적까지 받는다. 스피스는 어설퍼 보이는 스윙으로도 뛰어난 볼 스트라이킹 능력을 보이고 경이적인 퍼팅 능력을 자랑한다. 스피스는 스물한 살에 마스터스를 정복한 이후 우즈의 후계자로 꼽힌다.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